김하성이 애틀랜타에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날 거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크리스 세일의 연장 계약이 발표되자마자 "김하성은 어차피 시즌 후 떠난다"는 분석이 쏟아졌는데요. 잘하면 비싸서 못 잡고, 못하면 필요 없어서 안 잡는다는 논리입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좀 씁쓸했습니다. 제가 키움에서 김하성을 지켜봤을 때, 그는 평화왕이라 불릴 만큼 타격·수비·주루 3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선수였거든요. 그런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징검다리 유격수"로 소비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크리스 세일 계약과 연봉구조의 딜레마
애틀랜타는 크리스 세일과 2027년 2,700만 달러 보장, 2028년 팀 옵션 3,000만 달러 조건으로 연장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올해까지만 계약이 남아 있던 세일을 최소 1년 더 붙잡은 건데요. 통산 9이닝당 탈삼진 11.1개라는 괴물 같은 기록을 가진 그가 2024년부터 2년간 25승8패 평균자책점 2.46을 찍으며 재기에 성공한 걸 감안하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문제는 이 선택이 다른 선수들에게 미칠 파장입니다.
애틀랜타는 현재 팀 연봉이 사치세 라인 근처에 걸쳐 있습니다. 세일에게 2027년 2,700만 달러를 주면서 사치세를 피하려면 고액 연봉자를 정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대상이 김하성(2,000만 달러)과 라이셀 이글레시아스(1,600만 달러)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 둘을 정리하면 총 3,600만 달러의 여유가 생기고, 세일 연봉을 제외한 나머지로 다른 보강을 하면서 사치세를 피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저는 이 논리가 합리적이긴 하지만, 너무 계산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격수라는 포지션이 단순히 숫자로만 정리될 자리가 아니거든요. 특히 강팀일수록 수비에서 실점이 새는 걸 극도로 싫어합니다. 김하성이 복귀 후 수비에서 확실한 신뢰를 주고 타격도 기대치만 따라와 준다면, 구단이 그를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요? 제 경험상 야구는 스프레드시트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신뢰와 안정감이라는 변수가 늘 존재하거든요.

부상 후 복귀와 양자택일의 함정
김하성은 이번 겨울 길을 가다 미끄러지면서 손가락을 다치는 황당한 부상을 당했습니다.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언론은 그의 미래를 두 갈래로 나눴습니다. 잘하면 몸값이 올라서 애틀랜타가 못 잡고, 못하면 성적이 부족해서 안 잡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든 이별"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 논리가 되게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은 서사의 기술에 가깝다고 봅니다. 실제 현실에는 세 번째, 네 번째 길이 늘 있거든요. 구단이 사치세를 감수할 수도 있고, 김하성이 역할과 환경을 보고 조건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애초에 둘 다 1년짜리 목적으로 만난 거라 깔끔히 헤어지는 게 자연스러울 수도 있고요. 중요한 건 선택지가 둘만 있는 것처럼 말하는 순간, 독자는 "이미 결정 났구나"라는 착각에 빠진다는 점입니다.
제가 김하성을 지켜보면서 가장 우려스러웠던 건 부상 문제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날린 적이 없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는 매 시즌 부상으로 풀타임을 뛰지 못하면서 유리몸의 대명사가 되어가고 있거든요.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수비력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가치를 온전히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이번 손가락 부상도 타이밍이 최악입니다. 처음부터 풀타임으로 준수한 모습을 보여줘야 FA 대박이 가능한데, 김하성은 이미 많은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별"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쉽게 쓰이는 것도 불편합니다. 선수와 구단은 연애하는 게 아니라 계약을 맺는 관계입니다. 특히 1년 계약이면 애초에 장기 동행이 아니라 서로에게 필요한 1년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걸 두고 "이별"이라고 하면 드라마는 되지만, 현실을 과장하게 됩니다. 마치 시즌도 시작 안 했는데 벌써 헤어짐의 장면을 찍어두는 느낌이랄까요.
FA 시장 재도전과 현실적 시나리오
김하성은 사실상 FA 삼수를 선택한 셈입니다. 샌디에이고에서 퀄리파잉 오퍼를 받고도 이를 거절하며 시장에 나갔지만, 원하는 장기 계약을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애틀랜타와 1년 2,000만 달러로 재계약했는데, 이는 그의 전 연봉 1,600만 달러보다 400만 달러 오른 금액이긴 하지만 장기 계약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 생각에 김하성이 다시 FA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려면, 부상 복귀 후 최소한 샌디에이고에서 골든글러브를 받았던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합니다. 수비는 기본이고, 타격에서도 안정감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개막부터 뛰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반기에 폭발적인 활약을 펼친다 해도, 구단들이 그의 건강을 100%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이게 가장 큰 변수입니다.
일반적으로 FA 시장에서는 전성기 폼과 건강이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증명해야 큰 계약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메이저리그는 특히 유격수 포지션에서 건강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공격력이 조금 떨어져도 수비에서 162경기를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하거든요. 김하성이 올 시즌 120경기 이상을 뛰면서 수비에서 실수 없이 안정감을 주고, 타율 .260 이상에 10홈런 정도만 쳐줘도 시장에서 재평가받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애틀랜타가 그를 다시 잡을 가능성은 솔직히 높지 않아 보입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유격수 자리를 메우는 현실적 해법으로 김하성을 택했고, 그 1년 동안 다음 대안을 마련할 시간을 번 셈이니까요. 김하성도 이미 이 점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더욱 이번 시즌이 중요합니다. 건강하게 시즌을 마무리하고,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하는 것. 그게 유일한 돌파구입니다.
김하성에게 지금 필요한 건 "잔류 논쟁"이 아니라 "경기력으로 말할 기회"입니다. 몸이 돌아오고, 그라운드에서 수비로 존재감을 보여주고, 타석에서 자기 리듬을 찾는 과정이 먼저입니다. 그 과정이 쌓인 뒤에야 이별이든 잔류든 말할 자격이 생깁니다. 아직은 너무 이릅니다. 너무 이른 결론은 늘 선수를 작게 만들고, 야구를 얕게 만듭니다. 저는 그게 안타깝습니다. 시즌이 시작되면 김하성이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참고: https://m.sports.naver.com/wbaseball/article/477/000059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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