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결과 하나로 선수의 미래를 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첫 등판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라이언 와이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 유니폼을 입고 메츠와의 시범경기에서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최고 구속 153km를 찍으며 구위를 과시했고, 병살타 유도로 위기를 끊어내는 노련함도 보여줬습니다. 다만 볼넷 2개와 만루 위기를 남긴 채 교체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저는 한화에서 와이스를 2시즌 내내 지켜본 입장에서, 이번 등판이 '완벽한 쾌투'보다는 '긍정적인 출발점'에 가깝다고 봅니다.
시범경기 등판 내용, 기대와 현실 사이
와이스는 6회부터 등판해 메츠 타선을 상대로 총 32개의 공을 던졌고, 그 중 17개가 스트라이크였습니다. 스트라이크 비율(Strike Percentage)이 약 53%인데, 여기서 스트라이크 비율이란 투수가 던진 전체 투구 중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거나 타자가 헛스윙한 공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는 60% 이상을 유지하는 편이라,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제구력이 완전히 정돈됐다고 보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습니다.
구위 자체는 분명 인상적이었습니다. 포심 패스트볼(Four-Seam Fastball)의 평균 구속이 150.8km, 최고 구속은 153.2km까지 올라갔습니다. 여기서 포심 패스트볼이란 공의 회전축이 진행 방향과 수직을 이루며 빠른 속도와 직진성을 가진 구종으로, 투수의 기본 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와이스는 이 패스트볼에 스위퍼(Sweeper)와 싱커(Sinker)를 적절히 섞어 던졌는데, 스위퍼는 타자 입장에서 옆으로 크게 휘어지는 슬라이더 계열 변화구이고, 싱커는 타자 앞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땅볼을 유도하는 구종입니다. 제가 한화에서 와이스를 봤을 때도 이 세 가지 구종을 주무기로 사용했는데, 당시에도 구속은 150km 전후를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삼진은 하나도 잡지 못했지만, 6회와 7회를 통틀어 병살타 1개와 범타 3개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특히 6회 제러드 영에게 안타를 맞은 직후 싱커로 타이론 테일러를 유격수 땅볼 병살로 돌려세운 장면은, 와이스가 위기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병살 장면이 탈삼진보다 더 값진 순간이었다고 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버티는 투수는 매번 삼진을 잡는 투수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원하는 타구를 만들어내는 투수니까요.
다만 8회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를 허용하고, 이후 야수 선택으로 1사 만루까지 간 상황에서 교체된 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결과적으로는 후속 투수 말도나도가 병살타로 주자를 지워줘 실점 '0'을 지켰지만, 와이스 본인이 스스로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점은 과제로 남았습니다(출처: 스타뉴스).
메릴 켈리 스타일, 그리고 로스터 경쟁
제 경험상 와이스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메릴 켈리와 상당히 유사한 유형의 투수입니다. 메릴 켈리 역시 KBO 출신으로, 화려한 구위보다는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 조합으로 타자를 요리하는 스타일입니다. 와이스도 마찬가지로 150km대 중반의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싱커와 스위퍼를 섞어 던지며, 맞혀 잡는 투구(Contact Management)로 효율적인 이닝 소화를 이끌어냅니다. 여기서 맞혀 잡는 투구란 삼진보다는 타자가 공을 때리게 유도한 뒤 야수의 수비로 아웃을 잡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같은 KBO 출신인 코디 폰세도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리고 있지만, 저는 와이스가 폰세보다 메릴 켈리에 더 가까운 투구 패턴을 가졌다고 봅니다. 폰세는 변화구 중심의 기교파에 가깝다면, 와이스는 패스트볼의 위력을 바탕으로 싱커로 땅볼을 유도하는 스타일이라 장기적으로는 선발 자리에서 더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투수진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점이 변수입니다. 휴스턴은 이미 프라멜버 발데스, 로넬 블랑코, 헌터 브라운 등 검증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고, 롱 릴리프(Long Relief) 자리 역시 경쟁이 치열합니다. 여기서 롱 릴리프란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졌을 때 투입돼 3~4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구원 투수를 의미하는데, 와이스가 만약 선발 로스터(Active Roster)에 오르지 못하면 이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경험상 시범경기에서 마이너리그(Minor League)로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마이너리그는 메이저리그 산하 2군 조직을 의미하는데, 일단 여기로 내려가면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야만 재소집 기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와이스에게 남은 시범경기 등판 기회는 단순한 연습이 아니라, 개막 로스터 25명 안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생존 경쟁 그 자체입니다. 이번 첫 등판에서 구위와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줬으니, 다음 등판에서는 볼넷을 줄이고 스스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구위와 제구, 둘 다 잡아야 살아남는다
와이스의 가장 큰 강점은 구속이 아니라 '구위의 다양성'과 '제구의 일관성'입니다. 제가 한화에서 와이스를 지켜봤을 때, 그는 2시즌 동안 총 30경기에 나서 16승 5패 평균자책점(ERA) 2.87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평균자책점이란 투수가 9이닝 동안 내준 평균 실점을 의미하는데, 2점대라면 리그 상위권 수준의 안정감을 보여준다는 뜻입니다. 당시 와이스는 매 경기 150km 안팎의 구속을 유지하면서도, 싱커로 땅볼을 유도하고 스위퍼로 헛스윙을 이끌어내는 조합을 완성했습니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그 패턴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패스트볼 평균 150.8km, 최고 153.2km라는 수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구속대입니다. 다만 문제는 제구력입니다. 스트라이크 비율 53%는 시범경기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다소 낮은 편이고, 8회 연속 볼넷은 코칭스태프 입장에서 신뢰를 주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제가 볼 때 와이스가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다음 몇 가지를 개선해야 합니다.
-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타자를 압박할 수 있고, 투구 수도 줄일 수 있습니다.
- 볼카운트 불리한 상황(2볼 1스트라이크, 3볼 1스트라이크 등)에서 싱커를 던져 땅볼을 유도하는 패턴을 확립해야 합니다. 이번 경기에서 병살타를 만들어낸 것처럼요.
- 5이닝 이상 등판 기회를 받았을 때 구속이 떨어지지 않도록 체력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메이저리그는 KBO보다 일정이 빡빡하고, 6일 로테이션이 아닌 5일 로테이션이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와이스가 만약 다음 등판에서 4이닝 이상을 1~2실점 이내로 막아낸다면, 개막 로스터 진입은 거의 확실해질 겁니다. 반대로 다시 볼넷이 늘고 이닝을 채우지 못한다면, 롱 릴리프나 마이너리그 배치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시범경기는 연습이 아니라 오디션입니다. 와이스에게 남은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출처: MLB 공식 홈페이지).

저는 개인적으로 와이스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한화에서 2시즌 동안 보여준 침착함과 노련함은 단순히 구속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다만 그 능력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증명하려면, 지금처럼 '좋은 시작'을 '안정적인 완성'으로 바꿔야 합니다. 다음 등판에서 볼넷을 줄이고, 위기를 스스로 끊어내고, 투구 수가 늘어도 구속과 구위를 유지한다면 그때 비로소 "선발 안착"이라는 표현을 써도 늦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미쳤다'보다 '기대된다'가 더 정확한 평가입니다. 그리고 그 기대가 현실이 되길, 야구 팬으로서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참고: https://m.sports.naver.com/wbaseball/article/108/000341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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