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팬이라면 2025 시즌 코디 폰세의 이름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 252탈삼진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주인공이었으니까요. 그런 폰세가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고 시범경기에 첫 등판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기쁘면서도 묘하게 허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MLB 역수출 선수는 '성공 스토리'로만 소비되지만, 제 경험상 그 이면에는 팬들의 복잡한 감정이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1이닝 퍼펙트, 그 숫자가 말해주는 것
폰세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서 1이닝 동안 2탈삼진 무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직구 최고 구속은 96.7마일(약 154.5km)로 측정됐죠. 투구 수 22개 중 16개가 스트라이크였다는 것은 제구력이 안정적이었다는 증거입니다. 특히 첫 타자 파커 메도우즈와의 11구 승부가 인상적이었는데요, 95~96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연속으로 던지며 파울을 유도한 뒤 마지막에 92.2마일 커터로 마무리하는 장면은 '투수의 머리'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프링캠프 초반 등판은 감각을 찾는 과정으로 여겨지지만, 저는 폰세의 이번 등판에서 조금 다른 신호를 읽었습니다. 11구까지 간 승부를 결국 자기 손으로 정리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KBO에서 보여줬던 '위기 상황 관리 능력'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제가 직접 지난 시즌 한화 경기를 10경기 넘게 관전했을 때, 폰세는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결국 자기 공으로 승부를 끝냈습니다. 그 감각이 MLB 마운드에서도 유지되고 있다는 게 확인된 셈입니다.
다만 '1이닝 퍼펙트'라는 표현에는 과장이 섞여 있습니다. 퍼펙트게임은 9이닝 무안타 무출루를 의미하는 야구 최고의 기록인데, 1이닝을 퍼펙트라고 부르는 순간 독자 머릿속에선 이미 '완벽한 투수'로 이미지가 확대됩니다. 실제로는 첫 타자에게만 투구 수 11개를 소비했고, 여전히 조정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었죠. 저는 이런 식의 과도한 수식이 오히려 선수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기대치를 너무 빨리 올려버리면, 다음 등판에서 조금만 흔들려도 "부진"으로 낙인찍히니까요.
한화 떠난 폰세, 팬들의 복잡한 심경
폰세가 토론토와 3년 3,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한화 팬들의 반응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축하 댓글과 함께 "우리는 또 어떡하지?"라는 한숨이 섞여 있었거든요. 저도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252탈삼진은 KBO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이고,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화가 처음으로 정규시즌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었습니다. 만년 하위권 팀의 팬으로서 폰세는 '언젠가'가 아닌 '지금'을 선물해준 선수였죠.
일반적으로 외국인 선수의 MLB 복귀는 '역수출 성공 사례'로 미화되지만, 제 경험상 팬들에게는 상실감이 먼저 옵니다. 특히 한화처럼 오랫동안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팀에게 폰세는 단순한 용병이 아니라 '희망의 증거'였습니다. 2025 시즌 저는 잠실구장에서 한화 경기를 여러 번 직관했는데, 폰세가 등판하는 날이면 관중석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주면 "오늘은 이긴다"는 확신이 생겼거든요. 그런 선수를 보내야 한다는 건, 팬 입장에서는 이성적으로 이해되면서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폰세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31세, MLB 복귀를 위한 마지막 기회였을 테니까요. 2021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절 이후 5년 만의 빅리그 등판이라는 점에서, 이번 시범경기는 단순한 복귀전이 아니라 '두 번째 커리어의 시작'이었습니다. SK 와이번스에서 활약한 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역수출된 메릴 켈리의 사례처럼, KBO는 MLB 선수들에게 재기의 발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폰세가 더 어린 나이에 복귀했다는 점은, 그만큼 롱런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역수출 신화, 냉정하게 보면
"코디 폰세 MLB 복귀 성공"이라는 헤드라인이 쏟아지고 있지만, 저는 여기에 한 발짝 거리를 둡니다. 1이닝 등판으로 복귀 성공을 확정짓는 건 너무 성급한 판단이거든요. MLB는 KBO와 다릅니다. 공인구 감각이 다르고, 스트라이크존 운영 방식이 다르고, 무엇보다 타자들의 선구안과 파워가 차원이 다릅니다. 폰세가 KBO에서 지배적이었던 이유는 체인지업과 커터의 변화량 때문이었는데, MLB 타자들이 그 구질을 얼마나 쫓아줄지는 시즌이 시작돼봐야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KBO에서 성공한 투수가 MLB에 가면 평균자책점(ERA)이 1,2점 정도 오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개인차가 큽니다. 메릴 켈리는 KBO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MLB에서도 안정적인 선발로 자리 잡았지만, 비슷한 기대를 받았던 다른 선수들은 로테이션에서 밀려나기도 했습니다. 핵심은 '적응 속도'입니다. 폰세가 시즌 초반 5,6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3점대 중반을 유지하면서 이닝을 6회 이상 소화할 수 있다면, 토론토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만, 폰세의 시범경기 투구 내용을 보면서 저는 오히려 '과정'에 더 주목하게 됐습니다. 결과는 1이닝 무실점이었지만, 그 안에서 첫 타자와 11구 승부를 벌였고, 볼넷 위기를 커터로 극복했으며, 마지막 타자에게는 체인지업으로 땅볼을 유도했습니다. 이 세 가지 장면은 모두 '투수의 선택지'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KBO에서도 폰세는 한 가지 공에만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상황에 따라 구질과 코스를 바꾸며 타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했죠. 그 능력이 MLB에서도 통한다면, 폰세는 단순히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머리 쓰는 투수'로 평가받을 겁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폰세의 평균 구속은 MLB 평균보다 약간 낮은 편입니다. 96.7마일은 결코 느린 속도가 아니지만, MLB에서는 98~100마일을 던지는 투수들이 즐비합니다. 구속이 밀리는 상황에서는 변화구의 정확도와 배합이 생명인데, 이는 결국 '경험'으로 쌓아야 하는 영역입니다. 폰세가 시즌 중반까지 꾸준히 마운드를 지킬 수 있다면, 그때부터가 진짜 평가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폰세의 이번 시범경기 등판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였습니다. 하지만 '복귀 성공'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너무 이릅니다. 저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 너 아직 살아있구나. 이제 시작이다." 한화 팬으로서는 복잡한 감정이 남지만, 야구 팬으로서는 폰세가 MLB에서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궁금합니다. 그가 토론토 로테이션에서 한 시즌을 무사히 마쳐낸다면, 그때야말로 진짜 '역수출 신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그 여정의 첫 페이지를 넘긴 것뿐입니다.
참고: https://m.sports.naver.com/wbaseball/article/109/0005483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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