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번 키움의 대만 캠프 소식을 보면서, 제가 처음 든 생각은 "연습경기 두 안타로 폭발이라니" 하는 웃음이었습니다. 타이강 호크스와 3-3 무승부라는 결과 자체보다, 기사 제목에 붙은 '폭발'이라는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거든요. 하지만 기사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서, 저는 오히려 이번 경기에서 전혀 다른 지점들을 발견했습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팀이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했는지, 그리고 선수들이 어떤 말을 남겼는지였습니다.
연습경기에서 진짜 봐야 할 건 승패가 아니다
여러분은 연습경기 결과를 볼 때 뭘 가장 먼저 확인하시나요? 승패? 득점? 멀티히트를 친 선수 이름? 저도 예전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번 키움의 경기 운영 방식을 보면서, 연습경기를 읽는 제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선발 와일스가 2이닝을 던지고, 이후 투수들이 1이닝씩 릴레이로 올라갔다는 대목이 핵심입니다. 이건 승부를 위한 배치가 아니라 '확인'을 위한 배치입니다. 누구의 팔이 어느 정도 열렸는지, 구위가 살아 있는지, 더운 날씨에 호흡이 무너지지 않는지. 이런 것들을 점검하는 게 지금 시기의 목적이니까요. 박준현이 1이닝 동안 최고 구속 153km를 찍었다는 정보는, 그래서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 자기 팔에서 어떤 공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중입니다.
저는 특히 박정훈의 등판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1개의 공으로 삼자범퇴. 이건 운이 아니라 컨디션입니다. 경기 후 그가 남긴 말이 더 중요했습니다. "캐치볼을 할 때부터 컨디션이 좋았고, 이를 마운드에서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 "욕심부리지 않고 지금의 좋은 밸런스를 시즌까지 가져가겠다." 제 경험상,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선수는 자기 몸을 제대로 읽고 있는 선수입니다. 키움이 최근 몇 년간 늘 뭔가를 '빨리' 증명해야 하는 팀처럼 보였는데, 박정훈의 이 코멘트는 팀이 올해는 조금 다른 템포로 가보려는 신호처럼 들렸습니다.

안치홍과 브룩스, 숫자보다 중요한 건 태도다
안치홍이 두 안타를 쳤다는 게 왜 중요할까요? 멀티히트 자체가 대단해서가 아닙니다. 라인업에서 안치홍이 지명타자로 서 있다는 장면, 그 자체가 팀의 방향을 보여줍니다. 키움은 젊은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시즌은 결국 베테랑이 만든 루틴 위에서 굴러갑니다. 매일 경기장에 나가는 법, 몸이 안 좋을 때 어떻게 버티는지, 연패를 어떻게 끊는지 같은 것들은 통계가 아니라 사람에게서 배우는 겁니다.

브룩스의 코멘트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오늘 타석에서 결과가 좋았지만, 아직 스프링캠프 과정이기 때문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배럴 타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저는 이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성적이 안 좋을 때 태도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브룩스의 방향은 '숫자'가 아니라 '타구의 질' 쪽으로 가 있습니다. 키움이 작년 외국인 타자로 애를 먹었던 걸 생각하면, 이런 접근은 꽤 반가운 신호입니다.

타선이 11안타를 쳐놓고 3점이라는 결과는, 언뜻 보면 결정력 부족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굳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타격 훈련에 성과에 따라 타구의 질이 좋은지, 타이밍이 늦지 않은지 같은 감각을 쌓는 단계니까요. 상대 투수가 좋았을 수도 있고, 키움이 득점권에서 실험적인 접근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타자들이 지금 자기 스윙을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3-3 무승부에서 읽어야 할 진짜 신호
여러분은 이번 무승부를 어떻게 읽으셨나요? "키움이 대만 팀한테도 못 이기네" 같은 반응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요즘 '대만'이라는 단어가 한국 야구 기사에서 자꾸 이상한 온도로 소비되는 게 좀 불편합니다. 대표팀이 대만을 경계한다, 키움이 대만 팀에 이겼다, 대만 팀과 비겼다. 이런 흐름이 쌓이면 사람들은 자꾸 CPBL과 KBO를 단순 비교하거나, "우리가 더 위" "저쪽이 더 아래" 같은 감정 놀이로 빠지기 쉽습니다.
오늘 경기는 국가대항전도 아니고, 시즌 성적표도 아닙니다. 그냥 각자 시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스케줄을 맞춰 치른 '점검'입니다. 점검은 점검답게 읽어야 다음 단계가 보입니다. 저는 이 3-3 무승부에서 "키움이 좋아졌다" "망했다" 같은 결론을 뽑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오늘 경기에서 가장 오래 남을 문장은 박정훈의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좋은 밸런스를 시즌까지 가져가겠다.
키움이 진짜로 그 말을 팀 전체의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면, 올 시즌은 순위보다 먼저 '야구의 표정'이 달라질 겁니다. 제 경험상, 3년 연속 꼴찌를 한 팀이 단번에 우승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팀은 이제 무너지지 않겠구나"라는 믿음을 주는 팀은 있습니다. 연습경기 한 번으로 믿음이 생기진 않지만, 믿음이 생길 만한 태도는 오늘 같은 경기에서 슬쩍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슬쩍 보인 부분을, 오히려 더 크게 보고 싶었습니다. 키움이 올해 정말 다른 팀이 될지, 남은 캠프 기간과 시범경기에서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
참고: https://m.sports.naver.com/kbaseball/article/108/0003412129?tid=kbo_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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